국내 1위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하이브가 자회사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와 갈등을 빚으면서 그룹 내 의사결정 구조가 취약하다는 사실이 노출됐다. 여러 레이블(label· 음반사)을 자회사로 둔 하이브는 그간 각 레이블이 독창적인 음악 활동을 하도록 레이블 대표에게 전권을 줬다.
그러나 하이브는 지난 22일 걸그룹 뉴진스 소속사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 등 경영진이 회사를 탈취하려 했다며 감사에 착수했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각 레이블의 창작 활동을 극대화하면서도 경영 활동 관리를 위해서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재계와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따르면 하이브는 지난해 말 기준 11개의 레이블을 포함해 총 76개의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하이브를 플랫폼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하이브라는 플랫폼 아래 개성 있는 레이블을 여러 개 두겠다는 구상으로 방시혁 의장, 박지원 하이브 대표, 각 레이블 대표가 함께 중요 사안을 논의하는 협의체는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다.
문제는 하이브의 몸집이 거대해졌는데,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 보니 이번 사태와 같은 갈등의 불씨가 생겨났다. 하이브가 그룹 차원의 경영 전략을 전달하면 레이블에서는 경영 간섭으로 여기는 것이다. 반대로 레이블은 하이브나 다른 레이블을 협력자가 아닌 경쟁자로 보는 시각이 짙어졌다. 민희진 대표가 “아일릿이 뉴진스 콘셉트를 베꼈다”고 주장하는 이유도 비슷한 이유다.
이번 사태로 하이브는 지배구조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
하이브 관계자는 “멀티 레이블 체제는 유니버설 뮤직 그룹(UMG), 소니뮤직 등 글로벌 주요 음악 기업들이 채택한 가장 선진화된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아티스트 포트폴리오를 분산시키고 복수의 아티스트가 독립적,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는 강점을 가졌다”라며 “다만 레이블의 과도한 경영권 요구, 보상요구 등을 수용한 것이 사태의 시작이었고 재발 방지를 위해 (협의체 등) 지배구조를 좀 더 공고히 해야겠다는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