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헌아, 1군에서 보자”
세광고에 함께 입학했다. 포지션이 같은 데다 기숙사 룸메이트라 금세 친해졌다. 김형준은 “둘 다 깔끔했고 생활 패턴도 잘 맞았다. 스트레스받을 일이 없었다”고 돌아봤다. 이후 이병헌이 제물포고로 전학 갔지만 둘의 우정은 계속됐다.
김형준은 “낯은 조금 가려도 정말 착한 친구다. 수줍음이 많고 부끄러움도 많이 탄다”며 “병헌이의 별명은 프랑켄슈타인이었다. 나는 초등학생 땐 둘리였는데 이후 그냥 곰, 돼지가 됐다”고 밝혔다.
이어 “병헌이는 한 번씩 이상한 행동을 해 웃겼다. 특이한 면이 있었다”고 귀띔했다. 에피소드가 있다. 세광고 1학년 때 제주도로 전지훈련을 갔다. 방에 마실 물이 떨어졌다. 이병헌이 갑자기 주전자를 가져와 수돗물을 끓이기 시작했다. 김형준은 “숙소 바로 앞에 편의점이 있었는데 ‘왜 굳이 사서 먹느냐’고 하더라. 끓인 물을 곧바로 빈 물통에 옮겨 담다 페트병이 다 찌그러졌다. 정말 재밌었다”고 웃었다.
김형준은 “병헌이의 최대 장점은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열심히 한다는 것이다. 몸 관리에도 무척 신경 쓴다”며 “작년에 처음으로 1군에 올라와 경기에 출전하고 안타까지 치는 모습을 보며 정말 기뻤다. 앞으로 그런 날이 더 많아졌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너무 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하나씩 해내다 보면 분명 좋은 날이 올 것이다. 지치지 말고 끝까지 야구해줬으면 좋겠다”며 “병헌이뿐 아니라 나에게도 해당하는 이야기다. 매년 함께 더 발전했으면 한다”고 힘줘 말했다.
◆“그땐 그랬지!”
세광고 시절 기숙사 룸메이트로 지내며 친해졌다. 이후 이병헌이 제물포고로 전학 갔지만 꾸준히 우정을 쌓아왔다. 김형준은 이병헌을 “착하고 수줍음이 많으면서도 특이한 친구”라고 표현했다. 이병헌은 “(김)형준이는 끼가 많은데 조용했다. 무뚝뚝해 보여도 장난기가 넘쳤다. 독특했다”고 밝혔다.
해명할 게 있다. 당시 방에 마실 물이 떨어지자 이병헌은 숙소 앞 편의점에서 물을 사 오는 대신 수돗물을 끓였다. 이병헌은 “그땐 굳이 물을 살 필요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돌아보면 왜 그랬나 싶다”며 “그 정도로 검소한 편은 아니다”고 웃었다.
또 다른 에피소드를 꺼냈다. 김형준을 포함해 4~5명이 학교 뒤 폐가에 찾아간 사건이다. 이병헌은 “누가 먼저 제안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무서워서 등 떠밀려 들어갔는데 형준이는 씩씩하게 잘 가더라”며 “어떤 아저씨가 오시더니 ‘거기 가면 안 된다. 독사가 있다’고 하셔서 다 뛰어나왔다. 물론 아무도 울지는 않았다”고 회상했다.
이병헌은 “형준이는 안정감을 주는 포수다. 공도 잘 던지고 여유도 있다”며 “마음에 기복이 없어 차분함을 유지할 줄 안다. 배울 점이 많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달리기는 내가 조금 더 빠르다. 그건 내 마지막 자존심”이라며 “1군에서 함께 뛰는 날을 그리며 열심히 하겠다”고 덧붙였다.